
거실 구석에 놓여 있던 오래된 라디오.
아빠는 그걸 여전히 아끼신다.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로 음악도 뉴스도 다 들을 수 있는데, 굳이 낡은 라디오를 꺼내어 켜시는 걸 보면 참 고집도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.
어릴 적엔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나 클래식이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없었는데, 요즘은 신기하게도 그 소리가 좋다. 아마도 음악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소리에 얽힌 기억 때문이겠지.
아빠가 퇴근 후 라디오를 틀고, 그 옆에서 엄마가 부엌일을 하며 흥얼거리던 장면.
나는 바닥에 엎드려 낙서를 하거나 숙제를 하던 그때 그 모습.
시간은 흘렀고, 라디오는 여전히 거기 있지만
우리는 조금씩 나이를 먹고, 말수가 줄고, 바빠지고…
그런데도 그 소리는 변함없이 공간을 채운다.
요즘은 나도 아빠 옆에 앉아 라디오를 같이 듣는다.
서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아도,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그 시간이 참 좋다.
그 오래된 라디오처럼, 우리 가족도 오래오래 같은 온기를 지켜갔으면 좋겠다.